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제품을 개발하면 레드앤틀러를 찾아가라”는 말이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신는 올버즈, 창업 6년만에 뉴욕 증시에 상장한 매트리스 브랜드 캐스퍼 등 이른바 잘 나가는 스타트업 다수가 이 업체를 거쳐갔기 때문이다.

레드앤틀러의 공동창업자인 에밀리 헤이워드는 “브랜드는 제품을 출시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미리 완성된 상태여야 한다”며 책 『미치게 만드는 브랜드』(알키)를 통해 상세한 연유를 설명한다.

잘 나가는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소비자를 설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 이러하니 저러 저러 해야 한다’는 당위성보다는 강력한 ‘팬덤’으로 무장할 때 많은 소비자가 자발적 마케터를 자처한다.

그 비결은 바로 정체성 이입이다. 소비자들은 특정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성향과 가치관을 드러내려 한다. 따라서 저자는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싶은지가 아니라 ‘핵심 타깃층이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브랜드로 당신을 표현하세요”가 고리타분한 구태라면 “당신이 X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아요. 우리도 그래요”가 참신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브랜드가 말하고 싶은 자기중심적인 이야기에 고객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지 않고, 고객이 서있는 그 자리로 다가가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한때 유명한 연예인이 나와 “이 탄산음료는 젊음과 행복을 상징해요”라고 하면 소비자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다. 친환경 제품이란 점을 강조해도 가심비가 없으면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다.

가심비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일컫는 말이다. 

제품의 특성과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일치할 때 비로소 감성이 탄생하고 이런 감성은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한다. 올버즈가 ‘세계에서 가장 편한 신발’ ‘가장 친환경적인 신발’이란 감성으로 든든한 팬덤을 형성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브랜드의 생명력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호기심 유발이다. 브랜드가 일관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범위 내에서 ‘궁금함’을 유발해야 생명력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거기에 재미를 더하면 금상첨화. “우버도 모두가 공공연히 미워하는 악의 제국이 되기 전 초기 시절에는 뛰어난 솜씨로 의외성과 긴장을 겹겹이 활용했다.”

초창기 독일어로 우월하다는 뜻을 지닌 우버란 이름으로 고급화 전략을 펼쳤지만, 할로윈이 되자 우버 앱에 표시되는 차량아이콘이 마녀가 타는 빗자루 모양으로 변하는 유머 감각을 발휘해 자칫 무겁게 느껴질 법한 이미지에 참신함을 불어넣었다. 핵심 가치관과 목표를 유지하되 외부 메시지를 변주하는 의외성에 대중은 호감을 표시한 것이다. 물론 이후 여러 문제로 구설에 오른 또다른 차원의 의외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커뮤니티 형성도 기업의 중요한 브랜딩 전략이다. 브랜드가 공동의 가치로 고객을 서로 연결시킬 때 고객은 동지애와 유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단순히 SNS구독자나 좋아요 수의 차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소속감과 연대를 느끼는 데는 온라인 소통도, 심지어 오프라인 소통도 필요 없다. 커뮤니티는 브랜드가 처음부터 가치관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모을 때 절로 생긴다”며 “브랜드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정의한 기업은 비슷한 기업이 흉내 내기 어려운 일종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다. 사용자 경험부터 사용자가 직접 꾸린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며 “저마다 음악을 통해 어떻게 좋은 시절을 기뻐하고 힘든 시절을 견뎌내는지, 또 알고 보면 누구나 하나쯤은 있는 별난 취향이 무엇인지”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늘날 소비시장에서 성공을 주도하려면 브랜드가 껍데기에 그치지 않고 사업에 속속들이 녹아있어야 한다. 창업자들은 흔히 ‘브랜딩’을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 후에나 걱정할 문제, 그러니까 가장 마지막에 해치울 숙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틀려도 한참 틀린 생각이다. 브랜드는 어떤 기업이 행동 거지를 어떻게 할지 늘 현재 진행형으로 알려주는 등대여야 한다.” 저자가 힘주어 강조한 말이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c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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