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일단 제가 한 번 작성해봤습니다. 한번 봐주세요.”

“뭐? 그걸 혼자서 다 했다고?”

대개 업무는 귀찮은, 되도록 하기 싫은 일로 치부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 칭찬이 뒤이어 나오기 마련이다. “수고했다”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혼자 처리했냐?” 등 다독이는 말이 다반사이지만, 어디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다. 팀장은 예상 외의 반응을 보인다.

“이제 뭐 다 알아서 하고, 내 도움이 필요 없나 봐?” 미팅으로 바쁘신 것 같아 미리 작성하고 검토를 받으려고 했다고 해명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이젠 혼자 그런 결정도 다 하고, 능력이 참 탁월하셔…” 아뿔싸.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배려한다는 것이 그만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여기서 잠깐. 이번 사건에서 일을 미리 하지 않았다면 아무 꾸지람도 듣지 않았을까. 그건 모를 일이다. “이 정도는 혼자 알아서 좀 할 때도 되지 않았나”라는 살기 어린 비수가 날아올지 모를 일이다. 이 세상엔 그런 사람이 분명히 존재하고, 심지어 그 수가 적지 않다. 일본의 유명 심리학자 에노모토 히로아키는 책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들』(쌤앤파커스)에서 열 가지의 피곤 유형을 소개한다.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 열 가지 유형은 다양하다. 쿠크다스 같은 멘탈로 하소연과 푸념을 늘어놓는 ‘초예민’형부터 자기 주장이 강한 ‘내로남물’형, 관심을 구걸하는 ‘어리광쟁이’형, 과거 이야기만 꺼내놓는 ‘라떼 빌런’형 등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대개 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자각하지 못한다.

일단 그들과의 관계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극하지 않는 게 중요한데, 이건 “그들의 비위를 잘 맞추라”는 말이 아니라 ‘우리의 기분을 지키자’는 쪽에 가깝다. 애초에 그들은 어딘가 꼬였거나, 우리가 가진 사고와 다른 흐름을 지녔기에 우리가 ‘상식적’으로 대응했을 때 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위 사례의 당사자는 인지왜곡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자 니키 R.V 크릭의 ‘사회정보처리 모델’에 따르면 그들은 사회적 단서에 주의를 기울이는 ‘단서의 부호화’ 단계에서 “공격적 단서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사실 여부가 어떻든 우리의 행동을 적대적으로 해석”한다.

이는 열등감에 기인한 ‘적대적 귀인 편향’과도 연관된다. 똑같은 말을 들어도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아 할 행동을 ‘저 사람이 나를 바보 취급한다’고 느끼면서 마음 속에 ‘상대방은 가해자, 나는 피해자’라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곧 인지왜곡에 따라 상대의 행동을 악의적으로 조작하는 ‘관계성 공격’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저자는 그들을 바꾸려는 시도를 일찌감치 그만두라고 권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 오히려 “상대방이 변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그 사람을 적당히 상대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상대하는 법이란 상대의 이상 행동의 원인을 깨달아 알아 원인을 지목하면서 ‘내가 당신을 이해한다’라는 표현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럴 경우 오히려 “열등감 콤플렉스가 활성화돼 매우 거세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고, “분위기만 망치고 더 성가신 일만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모든 사람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용하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재밌는 건 저자가 그런 사람을 대하는 법을 소개하면서 혹시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닐지 반추해보라는 점이다. 저자는 “본인이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먼저, 본인의 약점이 열등감 콤플렉스를 만들지 못하도록 약점을 솔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누군가에겐 내가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일 수 있으니까…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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