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트렌드가 아니라 모델을, 단순한 용어가 아니라 개념을, 그리고 유추나 비유가 아니라 분석을 추구한다. 우리는 모델과 개념, 그리고 분석을 통해 오늘날 하이테크 산업에서 작동하는 근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책 『Information Rules』 中

SK커뮤니케이션즈와 SK브로드밴드 대표를 역임, 대통령비서실 미래전략수석으로 일했다가 현재는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에 재직 중인 조신 교수. 책 『넥스트 자본주의, ESG』(사회평론)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강의노트 첫 페이지마다 위 글귀를 적어 놓는다. “사실 없는 이론은 공허하기 십상이고, 이론 없는 사실만의 조합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말인데, 이번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ESG투자’이다.

먼저 조 교수는 ESG의 정의를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내포한 ESG는 개념적으로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재무적 요인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인을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일반 대중은 사회책임투자와 혼돈되기 마련인데, 사회책임투자가 “‘나쁜 기업’에 투자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을 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지속가능투자와 맥을 같이하는 ESG투자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환경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그렇다고 지속가능투자와 ESG투자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투자는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며 ‘설득’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ESG투자는 “환경사회 문제를 잘 해결하면 그들의 장기적 재무 성과도 따라서 좋아진다는 실증론적 메시지에 더 무게를 둔다.” 대외 이미지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쓰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에 가깝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사회와 기업 구조 부문에서는 모든 기업의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사회 영역에서 기업의 ESG 활동을 평가하는 이유는 그 기업에 대한 소비자, 직원, 납품 기업들의 만족도는 높은지, 사회 구성원 전체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지, 사회 문제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없는지 보기 위한 것”이라며 “다양성과 포용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규제라는 관점이 아닌 비즈니스 관점에서 잘 조율된 시스템으로 이어질 때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그것이 곧 기업 실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ESG지표의 좋음이 꼭 수익성 제고를 뜻하지는 않는다.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ESG 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먼저 중요한 ESG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온실가스 배출이 전력 산업에서는 중요한 이슈지만, 금융 산업에서는 그렇지 않다. 특정 기업이 모든 ESG 이슈를 잘 해결하겠다고 덤벼든다면 ESG 등급은 잘 받을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 비해 실제 수익성 제고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저자는 “기업의 목적이 무엇이건, 제도의 영속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목적이 인센티브에 합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ESG 투자가 재무 성과를 내는 데는 최소한 5~7년이 필요하다”고 첨언한다.

저자는 계속해서 ‘전략’을 강조하는데, 이는 곧 “다른 기업들과는 다른 독특한 행동들을 잘 결합함으로써 경쟁우위를 만들어내고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남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남다른’ ESG 활동들을 엮어낼수록 더 많은 사회적 가치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이 서로를 모방하게 되고 결국엔 모든 기업의 ESG 활동이 유사해진다. 결국엔 모방과 제로섬 경쟁의 악순환이 벌어져서 ESG 활동을 통해 남들보다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도 불가능해진다”고 충고한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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