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1952년생 멋쟁이 할머니 장명숙. 그는 1952년 한국전쟁 중 지푸라기를 쌓아놓은 토방에서 태어나 ‘멋있어지겠다’는 일념으로 1978년 한국인 최초로 밀라노 패션 유학길에 오른 패셔니스트다. 1986년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의상 디자인을 맡았고, 페라가모와 막스마라 등 이탈리아의 핫한 디자인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했다.

이탈리아와의 우호 증진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에는 이탈리아 정부에서 명예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튜브(밀라논나) 크리에이터가 되어 새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데, 구독자가 90만명에 달한다. 밀라노의 할머니(논나)라는 뜻을 지닌 밀라논나, 그의 삶을 담은 책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김영사)가 최근 출간됐다.

책의 인기는 상당하다. 사전예약만 5500권 규모, 거센 반응에 장명숙씨는 “겁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걸 왜 썼어”라는 뾰족한 말이 나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인데, 평소 친근한 이미지를 고려하면 기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70세의 할머니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하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해내는지 놀랍다”며 오히려 “내가 조언을 구해야 할 지경”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삶에서 우러나는 경험은 전달하는데, 그 중 하나가 ‘우울할 땐 우울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조금의 우울도 허락하지 않는 태도는 마음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 하지만 언제까지 우울함에 빠져있을 수만은 없기에 언젠가 우울에서 빠져나올 때는 햇빛이 큰 도움이 된다고 ‘귀띔’한다. 책 이름에 ‘햇빛은 찬란하고’란 문구가 들어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일찍 결혼해 두 아들의 엄마가 되고, 밀라노 유학길에 올라 정말이지 바쁜 삶을 살아오던 저자는 느지막이 나이듦의 여유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의 삶은 평일엔 유튜브 촬영, 주말에는 글쓰기의 연속이다.

누군가는 욕심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원체 호기심 많은 성격 탓이기도 하고, 그런 부지런함의 목적이 누군가를 향한 도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양육시설을 방문해 아이들과 청소년의 곁을 지킨다.

책 인세와 유튜브 수익은 모두 사회복지기관, 보육기관, 미혼모 지원단체에 기부된다. 저자는 “유튜브와 책 출간은 계획했던 게 아니라 덤이다. 덤으로 얻은 것이니 덤으로 드리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좀처럼 이런 말을 하지 않지만 좋은 일에 사용하는 것이니 ‘책을 많이 사달라’ ‘좋아요 구독 눌러 달라’고 말한다”고 설명한다.

책은 크게 ‘자존’ ‘충실’ ‘품위’ ‘책임’ 챕터로 나뉜다. 그 중 자존과 관련해서는 “남에게 보이는 삶을 살지 않는다. 내 삶의 기준은 나다. 남에게 초점을 맞추면 나는 없다. 나부터 만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삼풍백화점 근무 당시 살아남았던 일화를 전하며 “그때 여러 동료를 잃었는데, 하루만 차이 났어(출근하지 않는 수요일에 사고 발생)도 나도 죽었을 것”이라며 “하루라는 게 찰나인데, 결국 오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이 어제가 되기 전에 오늘을 붙들고 살자”고 권면한다.

패셔니스트인 만큼 옷 잘 입는 법에 관해 참 많은 질문을 받는데, 이에 관해 “입고 싶은 대로 입으라. 다만 색깔만 좀 맞췄으면 한다”고 대답한다. “입고 싶은 대로 입고 사람들 반응이 별로고 부끄러우면 벗고, 으쓱하면 계속 입으면 된다”며 “이탈리아에서는 ‘어떻게 저렇게 입나’ 하는 패셔니스타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내가 입는 법은 이러하다. 먼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색깔을 맞춘다. 너무 요란하지 않게 색을 배합한다. 부담스럽지 않게, 편안하게, 형편에 맞게,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는다”며 “다만 상대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편하게 느끼는 옷차림을 경계한다. 억지로 젊어 보이려는 옷차림은 피하고자 한다”고 전한다.

“쓸데없는 욕심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을 만족하며 즐기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게 행복”이라는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사는 저자는 머릿속이 복잡할 땐 온갖 멍을 때린다. “모닥불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불멍, 숲을 가만히 응시하는 숲멍, 흐르는 물을 그저 쳐다보는 물멍,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리멍” 거기에 햇살멍까지. 현실에 지친 당신에게 찬란한 햇빛과 귀한 인생을 소개하는 밀라논나멍 때리기를 권면한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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