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문학자 캐시어 바디(kasia Boddy)의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본래 제목은 ‘Blooming Flowers: A Seasonal History of Plants and People’입니다.

바디교수는 데이지, 수선화,장미, 제라니움, 해바라기 등 16가지 꽃을 골라, 그 꽃에 얽힌 역사를 풀이합니다.

꽃은 우리 생활 공간 어디에서나 만납니다. 벽지, 포스터, 옷에서 꽃 문양을 봅니다. 미술, 문학, 영화속에서 핵심 심볼로서 꽃을 봅니다.

꽃은 정치적 상징 역할을 합니다. 일본 전국시대 다이묘는 저마다 고유 꽃 문양을 가문의 상징으로 사용하였고, 근대 국가 역시 국화를 통해 통합을 추구합니다.

꽃차, 기름재료, 간식거리 등 먹거리로서 꽃 역할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꽃으로부터 희망과 위로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은 정원과 식물원이라는 문명을 고안했습니다.

16가지 꽃중에서 여름 해바라기편을 골라 10줄로 요약했습니다.

10줄 요약_해바라기 편

1.해바라기는 혼자서도 음울해 보일 때가 있다. 자신의 그림자 안에 있을 때다. 인터넷에서 해바라기 이미지를 검색하면 녹색잎과 황금색 꽃이 눈부신 사진뿐만 아니라 꽃잎은 시들고 씨가 맺혀 있는 흑백사진도 나온다.

하지만 뼈대만 남은 해바라기의 매력은 분명 형태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모든 잔해처럼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가슴 사무치게 알려준다. 마치 태양 자체가 사라진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2.빈센트 반 고흐에게 해바라기는 그냥 노란색이 아니었다. 생각이나 감정을 담아 큰소리로 외치는 노란색, 빛과 따뜻함, 행복의 색깔이었다. 그는 아를에서 노란색 집을 빌리고, 작업실을 해바라기 그림들로 꽉 채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황색으로 칠한 얇은 나무 액자 안에서 다양한 색을 배경으로(푸른색이라면 가장 연한 공작석 녹색에서 감청색까지) 크롬 옐로(노란색)가 활활 불타오를 것이다.”

그 그림들은 고흐의 기대대로 “고딕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같은 효과를 냈다.

3.“너는 결코 기관차가 아니었어. 너는 해바라기였어!”

칙칙한 겉모습이 우리가 아니야 … 우리 안에는 씨앗이라는 축복을 받은 황금빛 해바라기가 있어”

(미국 비트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시인 앨런 긴즈버그의 Sunflower Sutra중에서)

4.해바라기는 꽃이 시들면서 맺힌 수많은 씨앗 안에 빛나는 미래에 대한 약속을 간직하고 있다. 여기에 아이들이 꽃을 그릴 때 대부분 해바라기처럼 그린다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해바라기는 어린 시절과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20세기 후반에는 아이가 그린 것 같은 해바라기로 어린이의 행복을 떠올리게 하는 정치 포스터가 많았고,

녹색당의 환경보호 운동이나 반전 운동에서도 해바라기를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5.1996년, 우크라이나의 마지막 비핵화 협상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은 핵무기를 저장하던 곳에 해바라기 씨를 심으려고 모였다. 그들은 “땅에 미사일 대신 해바라기를 심으면 미래 세대를 위해 평화를 확보해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먹거리도 확보해줄 것이었다.

6.994년, 체르노빌 참사가 일어났던 원자력 발전소 주위 출입 제한 지역에 해바라기를 심었고 그 해바라기는 뭔가 다른 방식으로 희망을 주었다. 다른 곳에서도 다양한 식물들이 오염된 땅과 지하수에서 화학물질을 빨아들이는 데 활용되었고, 이런 과정을 ‘식물 정화’라고 부른다

7.2011년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다이치 원자력 발전소가 피해를 당하자 다시 해바라기를 활용하기로 했다. 정부 기관, 지역사회 단체, 지역 농부 들이 협력해서 해바라기 씨를 심었다.

어림잡아 800만 개의 씨앗이었다. 상징적인 정화작용은 효과가 좋았다. 해바라기를 보려고 관광객들이 찾아왔고, 식물 정화작용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8.해바라기의 적응력은 또 다른 희망을 준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면서 농사짓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전 세계의 과제인 요즘, 해바라기의 적응력을 보면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해바라기는 또한 친환경적인 바이오디젤 원료로 사용 중인 씨앗 기름 중 하나다. 유채 같은 다른 바이오디젤 원료보다 재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훨씬 적게 배출한다.

9.미국 여성참정권협회가 1896년에 해바라기를 그들의 상징으로 정할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해바라기가 태양을 좇는다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 신화와 더 관련 있다고 생각했다. “해바라기가 문명을 좇듯 개척자들은 넓은 경작지를 찾았고, 그래서 여성 참정권자들이 문명화된 정부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10중국의 문화대혁명(1966~1976) 시절에 나온 수많은 포스터, 배지, 교과서, 어린이 노래에 등장하는 ‘붉은 태양’ 마오쩌둥을 둘러싼 해바라기들 역시 충성을 상징한다. 이런 노래도 있다.

 

마오 주석! 당신은 우리 마음속 붉은 태양이에요!

우리는 해바라기예요. 해바라기는 언제나 붉은 태양을 바라봐요.

우리는 낮이나 밤이나 당신을 생각해요. 오래오래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