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인터넷에서 단골 소재는 음식입니다.

‘식객’저자 허영만 화백의 ‘백반기행’을 보면 유명인사와 함께 전국의 백반 음식점을 찾아다니면서 음식을 소재로 자기들끼리 떠들고 놉니다.

먹방 스타인 쯔양은 초밥 100개 먹기 내기를 하고 삽겹살 30인분을 해치웁니다.

코로나 시대는 음식에 대한 관심을 더 증폭시켰습니다. 매일 배달음식을 시켜먹다 보니 무엇을 먹을까, 새로운 음식이 없을까 하면서 음식을 따지는 기류가 생긴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 음식 콘텐츠가 흘러 넘칩니다.

하지만 정작 각 음식의 기원이나 사회경제적 맥락을 알 수 있는 지식은 드뭅니다. 재료나 레시피위주의 정보가 유통되기 때문입니다.

‘식탁위의 한국사’ 저자인 주영하는 한국에서 드물게 음식 역사를 파고들었습니다.

한국과 중국 등 근대 이전 음식 관련 문헌 연구를 바탕으로 사회경제적 흐름속에서 음식이 어떻게 전파되고 변형되는지를 고증합니다.

주영하는 음식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12가지 음식 공부법을 담은 책을 새로 출간했습니다.

막걸리를 소재로한 3장을 10줄 요약했습니다.

10줄요약_3장 막걸리는 발명한 음식, 발견한 음식?

1.당분 술의 특징

보통 술은 ‘전분 술’과 ‘당분 술’로 나뉩니다. 사실 술은 당분이 변한 것입니다. 만약 주재료 자체가 당분을 함유하고 있다면 술 재료로 그것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꿀에 물을 섞어 발효시켜 만든 영국의 미드(mead), 포도 과실주인 와인(wine), 야자나무의 수액으로 만든 야자술, 용설란과 북아메리카의 백합목 용설란과의 상록관목인 유카(yucca)의 수액으로 만든 풀케(pulque), 말이나 낙타 따위의 젖으로 만든 쿠미스(kumys)와 아이락(airag) 등이 원료 자체에 당분이 포함된 ‘당분 술’입니다.

2.당분 술은 발견된 음식

포도 껍질 속에는 타닌(tannin)과 향기 성분, 그리고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가 들어 있습니다. 이 효모가 자연발효를 일으켜 저절로 와인이 된 것입니다.  

‘당분 술’은 이렇듯 와인처럼 우연히 만들어졌습니다. 사람들이 알코올이 함유된 당분 술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발견하자 점차 계획을 세워 만드는 제조법을 알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과정에서 생겨난 음식을 ‘발견된 음식(discovered food)’이라고 부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대표적인 발견된 음식이 바로 ‘당분 술’입니다. 이 발견된 음식은 지구촌 곳곳에 존재합니다. 발견된 음식은 결코 중심에서 주변으로 전파된 것이 아닙니다.

3.전분 술은 발명된 음식

‘발견된 음식’도 있지만, ‘발명된 음식(invented food)’도 있습니다. 곡물류나 전분(녹말)을 함유한 식물을 주원료로 만든 ‘전분 술’은 막걸리의 누룩 같은 발효제가 들어가야 합니다. 전분에는 당분이 거의 들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4.맥주도 발명된 음식

유럽에서 발명된 술은 맥주입니다.서유럽은 습도가 높지 않아 곰팡이보다는 맥주보리로 맥아, 곧 엿기름을 만들어 이것으로 맥주보리 전분을 당화해서 발효를 거쳐 맥주를 만듭니다. 여기에 삼과 식물인 홉(hop)의 꽃봉오리를 넣어 쓴맛과 향기를 더해주면 우리가 익히 아는 맥주 맛이 만들어집니다. 맥주보리 자체에 당분이 함유되어 있지만, 이것으로 맥아를 만드는 것은 바로 ‘발명’의 과정인 셈입니다.

5.막거리와 맥주의 제조차이, 누룩

한국의 막걸리는 전분 술에 속합니다. 따라서 크게 보면 맥주나 치차는 막걸리와 닮은 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맥주나 치차와 달리 막걸리를 만드는 데는 반드시 누룩이 필요하다는 점이 다릅니다.

6.누룩 만드는 법

‘누룩’은 술을 빚는 데 쓰는 발효제뿐 아니라, 간장을 만들 때 넣는 발효제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간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발효제 누룩은 황색의 큰 콩인 대두(大豆)로 만듭니다. 곡물을 술로 바꾸는 데 필요한 누룩은 밀이나 보리, 귀리 등을 거칠게 빻은 다음 가루는 체로 쳐내고 남은 속껍질인 ‘기울’로 만듭니다.

누룩은 곡물의 가루를 쳐내고 남은 속껍질인 기울을 반죽하여 공기 속의 좋은 곰팡이가 붙도록 하여 만듭니다. 누룩을 밥과 섞어서 두면 가수분해가 일어납니다. 여기에 물을 붓고 발효시키면 술이 만들어집니다. 이 누룩은 자연 상태에서 발견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누군가가 발명을 한 것입니다.

7.누룩 발명자와 전파경로

누가 누룩의 발명자인지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다만 초기 문명의 발상지인 고대 중국에서 누룩이 발명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의 누룩 제조법이 한반도에 소개되었고, 한반도에서 다시 일본열도로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동아시아 곳곳의 누룩과 술 빚는 방법, 즐겨 마셨던 술의 종류와 맛은 서로 약간씩 차이를 보입니다. 지역마다 재배되는 곡물도, 물맛도 달랐기 때문에 선호하는 술맛도 달랐습니다.

8.밀 막걸리 등장 배경

1966년 8월, 정부는 막걸리 제조에 멥쌀을 한 톨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령을 발포했습니다. 멥쌀 대신 미국에서 무상으로 들여온 밀로만 막걸리를 만들도록 강제했습니다. ‘100퍼센트 밀 막걸리’가 이때 탄생했습니다. 밀 막걸리의 탄생은 막걸리 제조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1966년부터 일본 누룩인 코우지(麴)와 비슷한 아스페르길루스균(aspergillus shirousamii)을 사용하여 밀의 전분을 당화했습니다.

멥쌀 막걸리를 제조하는 데는 대략 120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재래식 누룩 대신 아스페르길루스균을 사용하여 밀 막걸리를 만드는 데는 70시간이면 충분했습니다. 거의 공짜인 밀에 제조 시간도 단축되어 제조 원가가 엄청나게 낮아져서 이익을 많이 내게 되었습니다.

9.탄산 막걸리 탄생 스토리

막걸리 제조업자들은 단맛을 유지하려고 완전히 발효되지 않은 밀 막걸리를 유통시켰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완전히 발효되지 않은 상태였던 밀 막걸리가 유통 과정에서 발효되면서 탄산이 생긴 것입니다. 멥쌀 막걸리의 텁텁한 맛에 익숙했던 막걸리 주당들도 탄산의 톡 쏘는 맛이 나는 밀 막걸리에 반해버렸습니다.

1977년 12월 15일, 막걸리 제조에 멥쌀 사용을 금지했던 행정 조치를 폐지합니다. 거의 10년 만에 멥쌀 막걸리가 시중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부활한 멥쌀 막걸리에서 탄산의 톡 쏘는 맛이 없자, 주당들은 막걸리에 사이다를 섞어 그 맛을 재현했습니다. 지금도 탄산을 넣은 멥쌀 막걸리가 시중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10.제조과정을 보면 음식의 실체를 알 수 있다

특정 음식이 ‘발견된 음식’인지, 아니면 ‘발명된 음식’인지를 따지기 위해서는 제조 과정의 핵심을 정리해야 합니다. (술)제조 과정의 핵심을 정리하면 와인에는 누룩이 필요 없지만, 막걸리에는 누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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